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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한 판타지 소설 '사물(四物)'을 구상 중입니다.

나룸이 2024. 9. 1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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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예전부터 구상해 온 플롯을 AI에게 입력하여 소설을 쓰려고 합니다. 결과물이 시원치 않으면 그만두려고 했는데 내용과 흐름이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도입부를 소개해 드릴테니 읽어보시고 의견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 fromt90, 출처

 

 

새벽의 서울은 고요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하늘 아래, 거리는 이른 시간답지 않게 한산했다. 빌딩 사이로 희미한 불빛만이 간간이 비치고 있었고, 도시의 정적 속에서 바람 소리만이 미세하게 귓가를 스쳤다.

그러나 그 고요함을 깨는 소리가 있었다. 깊고 낮은 북소리가,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워지며 도시의 어딘가에서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낮게 깔려 불분명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리는 더욱 명확해졌고, 묘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그 북소리는 무언가를 알리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마치 오래전, 전쟁이나 큰 사건을 알리기 위해 울렸던 북처럼.

종로에 있는 어느 낡은 골동품점, 상호도 없는 그 가게의 작은 창문이 희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었을 리 없는데, 창문에 달린 풍경이 흔들리며 은은한 소리를 냈다. 가게 안은 어둡고 오래된 나무 향이 가득했다. 벽장에 빼곡히 들어선 기묘한 물건들은 마치 그곳에 수십 년 동안 잠들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 골동품점 한구석에는 낡은 사물놀이 악기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어 있었다. 오래된 꽹과리와 징, 북, 장구. 그리고 그 악기들 사이에서, 이상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잠잠했던 악기들이 가볍게 떨리며 아주 작은 소리를 냈다. 마치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려는 듯.

“...?”

가게 주인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불길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공간 자체가 어딘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처럼, 공기 중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골동품점의 가장 안쪽에 놓여 있던 꽹과리가 스스로 울렸다. 날카롭고 짧은 소리였다. 주인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눈에, 꽹과리가 미세하게 빛을 발하는 것이 보였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한 주인은 서둘러 그 위에 덮여 있던 천을 끌어당겨 꽹과리를 덮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닿기도 전에 꽹과리에서 두 번째 소리가 울렸다.

이번엔 더 강렬했다. 꽹과리의 울림이 상점 전체를 덮었고, 모든 사물놀이 악기들이 함께 떨리기 시작했다. 장구, 징, 북이 차례로 울려 퍼지며 마치 누군가가 손을 대어 연주하는 것처럼 혼란스러운 소리를 냈다. 주인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악기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불길한 기운이 그의 심장을 옥죄었다.

그리고 모든 소리가 멈췄다. 상점 안은 다시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방금까지 울리던 악기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했다. 하지만 주인의 뒷목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그 불길한 사건이 실제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꽹과리에 덮개를 씌우며 중얼거렸다.

"무언가… 돌아왔구나."

윤지훈은 오늘도 어김없이 대학교 캠퍼스를 벗어났다. 수업 종강이 코앞인데도, 지훈에게는 수업에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쾌청한 하늘 아래, 발길이 닿는 대로 캠퍼스를 어슬렁거리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었다. 그의 얼굴엔 지루함과 무심함이 섞여 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그는 자신에게도 이유를 묻지 않은 채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번엔 어디로 갈까.”

그저 쓸데없이 튀는 흥미거리나 찾자는 심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캠퍼스 중심 광장에 자리한 동아리 홍보 부스들이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동아리들이 신입 회원을 모집하는 모습은 한껏 활기가 넘쳐 보였지만, 그에게는 모두가 똑같이 보였다. 쓸데없는 일에 열정을 쏟는 '모범생들'. 그 모습에 지훈은 비웃음을 지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묵직한 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렸다. 처음엔 그냥 주변 소음이겠거니 하고 무시하려 했지만, 그 소리는 점점 더 뚜렷해졌다. ‘쿵, 쿵.’ 마치 가슴 속까지 울리는 듯한 묘한 리듬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저쪽에서 전통 악기들이 줄지어 놓인 부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사물놀이 동아리 모집’. 손으로 쓴 포스터가 그의 눈길을 잡아당겼다.

"하, 전통이라니..."

지훈은 무의식적으로 비웃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손에 끌려 전통 문화를 접해야 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집안은 늘 전통과 역사, 그리고 ‘유산’을 강조했다. 아버지는 사물놀이며 전통 악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지훈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반항심에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할수록 지훈은 점점 더 반발하며 현대적인 것들에 빠져들었다. 그와 사물놀이는 이미 단절된 세계였다.

그럼에도, 장구가 떨어지며 만들어낸 묵직한 소리는 지훈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는, 실수로 장구를 떨어뜨린 여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그 여학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그에게 다가왔다.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평범한 차림이었지만, 눈빛은 강렬했다.

“혹시... 전통 악기나 사물놀이에 관심 있어요?”

지훈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전혀."

그 대답에 상대방은 실망할 줄 알았지만, 그녀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렇구나. 근데 한 번쯤 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끈질긴 권유에 걸리면 보통 성가셔진다. 그는 이미 이 대화를 끝내고 싶었지만, 입에서는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재미없으면 바로 나갈 건데, 괜찮겠어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한 번 해봐요.”

그렇게 지훈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물놀이 동아리' 부스 안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분명 그저 아무렇게나 대답한 것뿐인데, 어딘가 마음 한구석에서는 낯선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윤지훈은 동아리 부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후회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좁은 천막 아래에는 각종 전통 악기들이 빽빽이 놓여 있었고, 주변의 동아리원들은 익숙한 듯 악기를 만지작거리며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과 자신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 원래대로라면 “아, 됐어요”라는 말을 던지고 돌아섰을 테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앞서 말을 건 여학생이 장구 하나를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거 한 번 쳐볼래요?”

지훈은 장구를 내려다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통 악기를 다룬다는 게 이토록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행동하는 그녀의 태도가 어딘가 얄미웠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여전히 예상과 달랐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건데?”

그녀는 장구를 가리키며 간단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게 장구예요. 양쪽에 가죽이 붙어 있는데, 이쪽은 낮은 소리, 이쪽은 높은 소리가 나요. 손으로 쳐도 되고, 채로 쳐도 돼요. 리듬은 간단한데, 이 기본 장단부터 맞춰볼래요?”

지훈은 못 이기는 척 장구를 손에 들었다. 한 손에는 채를 쥐고, 다른 손으로는 맨손으로 장구를 두드려 보았다. 그러나 첫 소리가 나자마자 어색함이 밀려왔다. 장구의 두드림은 그에게 너무 낯설었다. 어딘지 자신이 잘못된 곳에 있다는 기분에 불쾌함마저 느껴졌다. 그는 곧바로 채를 내려놓고 장구를 제자리에 두었다.

“난 이런 거 아닌 것 같아. 미안.” 지훈은 짧게 말하고 돌아서려 했다.

그때 다시 그의 팔을 붙잡은 건, 아까 그 여학생이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진지한 얼굴이었다.

“왜요? 한 번 해보겠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어색해도 괜찮아요. 금방 익숙해질 거예요.”

지훈은 한숨을 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 원래 이런 거 싫어해요. 사실 아버지가 전통문화 이런 거 좋아해서 난 일부러 더 멀리하던 사람인데… 굳이 내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어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그럼 어쩌면 지금이 더 중요한 이유일 수도 있겠네요.”

지훈은 당황했다. “무슨 소리야?”

“아버지가 싫어서 이걸 피했던 거면, 그거야말로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는 뜻 아닐까요? 아버지가 좋아했던 이유가 뭔지, 직접 해보고 느낄 필요는 없어요?”

그 말에 지훈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말은 어쩐지 거슬렸다. ‘내가 전통을 피하는 이유를 네가 뭘 안다고 말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어딘가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결국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장구를 손에 들었다.

“좋아, 딱 한 번만 더. 그 대신 재미없으면 바로 그만둘 거야.”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할게요. 그러면 이건 기본 리듬이에요. 저랑 같이 맞춰봐요.”

그녀가 장단을 설명하며 먼저 장구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은 능숙했고, 소리는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지훈은 그녀의 동작을 따라 하려 했지만, 처음에는 엇박자가 났다. 그럴수록 그는 점점 더 신경질이 났다.

하지만 조금씩 박자를 맞추기 시작할 때, 이상하게도 기분이 묘해졌다. 장구 소리와 함께 그동안 어렴풋이 잊고 있었던 어릴 적 기억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버지와 함께 억지로 끌려 다녔던 전통 공연들, 그리고 아버지의 곁에서 들었던 사물놀이 소리들. 그때는 그 소리가 지루하고 답답하게만 느껴졌지만, 지금 이렇게 직접 손으로 소리를 만들어 내니 그 리듬이 어딘가 몸속 깊숙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지훈은 속으로 자신에게 핀잔을 주었다. ‘이게 뭐라고, 내가 이걸 느끼고 있지?’

그러나 몸은 그의 마음과는 별개로 장구의 리듬에 자연스럽게 적응해 가고 있었다.

지훈은 한참을 장구 소리에 몰입하고 있었다. 자신의 손에서 나오는 리듬이 서툴지만 점점 일정해졌고, 그 소리가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난 이런 거 싫어하는데'라는 생각이 맴돌았지만, 그 생각을 밀어내는 듯 장구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는 그의 감각을 잠식해 갔다. 순간, 그의 옆에서 장구를 치던 여학생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꽤 잘하는데요?”

지훈은 깜짝 놀라 손을 멈췄다. “뭐? 내가?”

“네, 정말로요. 처음 치는 거 치고는 장단도 꽤 잘 맞추고요.” 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조금 재미있지 않아요?”

지훈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손에 들었던 채를 내려놓았다. “재미? 내가 이런 거 재미있어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어쩌다 보니 몇 번 쳐본 것뿐이야.”

“그래도 몇 번 쳐봤는데 나쁘지 않았잖아요. 그거면 됐죠.” 그녀는 말하면서 장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지훈은 그녀의 태도가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에서 포기하거나 귀찮아했을 텐데, 이 여자는 오히려 지훈을 계속 설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이 전통 악기에 빠질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참, 아직 이름도 안 물어봤네요. 저는 이서연이에요.”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지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내밀었다. “윤지훈.”

서연은 웃으며 그의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잘 부탁해요, 윤지훈 씨.”

지훈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별 생각 없이 시작한 일이었는데,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싫지는 않았다.

서연이 장구를 정리하는 동안, 다른 동아리원들도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 중 몇 명은 지훈을 향해 인사를 건넸고, 그중 한 명이 꽹과리를 들고는 지훈에게 말했다.

“우리 사물놀이 동아리, 되게 자유로운 분위기야. 전통이긴 해도 각자 자기만의 스타일로 즐길 수 있거든. 나중에 꽹과리도 한 번 쳐봐.”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래, 뭐… 생각해 볼게.”

그렇게 짧은 대화가 끝난 후, 서연이 다시 돌아와 말했다. “우리 동아리는 사실 전통만 고수하려는 게 아니에요. 전통 악기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죠. 그래서 너처럼 전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금방 적응할 수 있어요.”

지훈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전통을 지키는 게 목적이 아니야?”

서연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전통도 중요해요. 하지만 그걸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 우리만의 색깔을 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는 거죠. 네가 꼭 사물놀이를 완벽하게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네가 느끼는 대로 하면 돼요.”

지훈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전통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서연이 말하는 방식이라면, 어쩌면 자신도 조금은 다르게 접근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생각해 볼게,” 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장구를 서연에게 넘겼다.

서연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요. 언제든 다시 와요.”

지훈은 대답하지 않은 채 천막을 빠져나왔다. 광장 바깥으로 나서며 그는 이어폰을 다시 끼고 음악을 틀었지만, 아까 장구를 치며 느꼈던 리듬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마치 몸속 어딘가 깊은 곳에서 울리는 느낌이었다.

‘이게 뭐지?’ 지훈은 고개를 흔들며 생각을 밀어냈다. 결국 또 한 번 그의 일탈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장구 소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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