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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슨 울음 | 루키오 작가의 오컬트 판타지 소설 '사물'을 밀리로드에서 만나보세요!(연재 중~)

나룸이 2025. 12. 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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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서울은 고요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하늘 아래, 거리는 이른 시간답지 않게 한산했다. 빌딩 사이로 희미한 불빛만이 간간이 비치고 있었고, 도시의 정적 속에서 바람 소리만이 미세하게 귓가를 스쳤다. 아스팔트 위로 휘날리는 낙엽 한 장. 멀리서 들려오는 청소차의 경음악. 그리고 새벽 배송 트럭이 내는 둔탁한 엔진음. 도시는 잠들지 않았지만,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고요함을 깨는 소리가 있었다.

깊고 낮은 북소리가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워지며 도시의 어딘가에서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낮게 깔려 불분명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리는 더욱 명확해졌고, 묘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그 북소리는 무언가를 알리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마치 오래전 전쟁이나 큰 사건을 알리기 위해 울렸던 북처럼.

종로에 있는 어느 낡은 골동품점, 상호도 없는 그 가게의 작은 창문이 희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었을 리 없는데, 창문에 달린 풍경이 흔들리며 은은한 소리를 냈다. 가게 안은 어둡고 오래된 나무 향이 가득했다. 벽장에 빼곡히 들어선 기묘한 물건들은 마치 그곳에 수십 년 동안 잠들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 골동품점 한구석에는 낡은 사물놀이 악기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어 있었다.

오래된 꽹과리와 징, 북, 장구. 그리고 그 악기들 사이에서, 이상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잠잠했던 악기들이 가볍게 떨리며 아주 작은 소리를 냈다. 마치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려는 듯.

"...?"

가게 주인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불길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공간 자체가 어딘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처럼 공기 중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골동품점의 가장 안쪽에 놓여 있던 꽹과리가 스스로 울렸다.

날카롭고 짧은 소리였다. 주인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눈에 꽹과리가 미세하게 빛을 발하는 것이 보였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한 주인은 서둘러 그 위에 덮여 있던 천을 끌어당겨 꽹과리를 덮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닿기도 전에 꽹과리에서 두 번째 소리가 울렸다.

이번엔 더 강렬했다.

꽹과리의 울림이 상점 전체를 덮었고, 모든 사물놀이 악기들이 함께 떨리기 시작했다. 장구, 징, 북이 차례로 울려 퍼지며 마치 누군가가 손을 대어 연주하는 것처럼 혼란스러운 소리를 냈다.

주인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악기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불길한 기운이 그의 심장을 옥죄었다.

그리고 모든 소리가 멈췄다.

상점 안은 다시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방금까지 울리던 악기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했다.

하지만 주인의 뒷목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그 불길한 예감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꽹과리에 덮개를 씌우며 중얼거렸다.

"무언가… 돌아왔구나."

밀리의 서재 '밀리로드'에서 읽기 : https://short.millie.co.kr/q7m30sc

“악기를 연주하는 게 아니야. 놈을 달래는 거지.”

2025년 서울, 폐부 위기에 몰린 대학 사물놀이 동아리 ‘한울’.

축제 무대에 서기 위해 값싼 중고 악기를 찾아 인사동의 낡은 골동품점 ‘영수당’을 찾는다.

그곳에서 우연히 손에 넣은, 검은 무늬가 새겨진 기묘한 사물(四物) 악기들.

하지만 악기를 연주한 그날 밤부터, 일상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거울 너머로 들려오는 짐승의 숨소리.

친구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섬뜩한 전화.

그리고 캠퍼스를 뒤덮기 시작한 붉은 안개.

봉인이 풀린 것은 조선시대 전설 속의 괴물, 소리를 먹고 사는 ‘장산범’이었다.

공포를 느낄수록 강해지는 놈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단 하나.

두려움을 씹어먹을 만큼 압도적인 ‘신명(神明)’을 만들어내는 것뿐!

초보 상쇠 ‘지훈’과 오합지졸 멤버들은 과연 장산범의 저주를 풀고,

관객을 인질로 잡은 죽음의 축제를 멈출 수 있을까?

#루키오 #밀리로드 #밀리의서재 #사물 #사물놀이 #소설 #창작소설 #한국형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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