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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라이더 | 프롤로그 : 자정의 콜 #창작소설

나룸이 2025. 12. 3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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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RIDER
나이트 라이더
 
죽음의 문턱에서 시작된 심야 배달
 

 

P R O L O G U E
자정의 콜
― ― ―

 

밤열한 시 오십구 분. 서울은 이미 잠들었지만, 강주원이 탄 오토바이는 숨 막힐 듯한 속도로 도시의 혈관을 질주하고 있었다. 헬멧 바이저를 때리는 빗줄기는 와이퍼도 없는 유리창 같았다.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멈추는 순간, 빚쟁이들의 독촉 전화와 비참한 현실이 그를 덮칠 것만 같았다.

"강주원 씨, 지금 A동 1503호 '단짠보쌈' 건 미처리 5분 지연입니다. 배차 취소하시겠어요? 아니면 페널티 부과하시겠습니까?"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나오는 기계적인 여성의 목소리는 플랫폼 본사의 AI 관리 프로그램, '알파'였다. 알파는 인간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다. 오직 데이터와 효율만이 존재할 뿐이다. 주원은 턱을 젖혀 마이크에 대고 짧게 내뱉었다.

"처리합니다."

'취소'를 누르는 순간, 그는 오늘 밤의 마지막 콜을 놓친다. 밤 열두 시가 넘으면 할증이 붙어 배달비가 2천 원 더 오르지만, 동시에 콜 자체가 귀해진다. 그 2천 원이, 주원에게는 다음 끼니의 값이나 다름없었다. 주원은 몸을 숙여 오토바이를 왼쪽으로 기울였다. 앞차와 인도 경계석 사이의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이른바 '칼치기'였다. 엔진이 굉음을 토해냈고, 주원의 심장도 그 박동에 맞춰 미친 듯이 뛰었다.

보쌈집 배달을 마치고 다음 콜을 잡으려던 순간이었다. 빗길에 미끄러워진 맨홀 뚜껑 위에서 뒷바퀴가 헛돌았다. '아차' 하는 짧은 탄식도 내뱉기 전에, 주원의 몸은 묵직한 오토바이와 함께 통제력을 잃고 도로 위를 미끄러졌다. 주변의 모든 소리가 먹먹해지더니, 강렬한 불빛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곧이어 머리통 전체를 울리는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세상이 완전히 깜깜해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주원은 눈을 떴다. 온몸이 쑤셨지만, 이상하게도 팔다리는 멀쩡했다. 헬멧을 벗고 몸을 일으키자, 아까 그 맨홀 뚜껑 근처에 오토바이가 엉망진창으로 쓰러져 있었다. 주변은 짙은 안개와 함께 적막했다.

'죽은 건가? 아니, 아직 숨은 쉬는데.'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액정이 깨져 검은 거미줄이 잔뜩 쳐져 있었다. 그런데 그 깨진 액정 위로, 다른 어떤 앱보다도 선명하게 빛나는 아이콘 하나가 보였다. 검은 바탕에 은은하게 빛나는 붉은색 해골 모양의 아이콘. 이름은 'GHOST'였다.

"……뭐야, 이런 앱 설치한 적 없는데."

누가 장난쳤나 싶어 앱을 지우려 했지만, 아이콘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GHOST 앱에서 진동과 함께 알림 메시지가 떴다.

─── ding ───
[ 배 차 요 청 ]
수신자
미련을 짊어진 망자 (故 이지은)
배달 물품
식어버린 김치찌개 한 숟갈
픽업지
망자반점 (좌표 등록 불가 지역)
목적지
서울시 도봉구 ○○동 101-1 (폐가)
배달비
수명 +3일

 

주원은 처음에 '김치찌개 한 숟갈'이라는 문구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장난전화, 아니 장난 앱인가 싶었다. 그러나 마지막 문구에 시선이 꽂히는 순간,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수명 +3일?'

 

배달비로 돈이 아닌 '생명'을 요구하고 있었다. 마치 그의 생명이 누군가에게 저당 잡힌 것처럼. 주원은 망설였다. 이 앱을 무시하고 일반 배달 일을 계속해야 할까? 아니면 이 미친 주문을 받아들여야 할까?

그때, 깨진 액정 사이로 다시 알림이 울렸다.

 

 [경고] 미응답 시, 현재 보유 수명에서 3일이 차감됩니다.

 

강주원은 오토바이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빚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했던 그였지만, 막상 생명에 위협이 가해지자 온몸의 세포가 저항했다. 그는 헬멧을 고쳐 쓰고 부서진 오토바이를 일으켰다. 어차피 죽을 목숨, 속는 셈 치고 가보는 수밖에 없었다. 단 3일이라도 잃을 수는 없었으니까.

"나비야, 픽업지 '망자반점'으로 길 안내 시작."

주원이 중얼거리자, 헬멧의 블루투스 스피커가 조용히 빛나며 나긋하지만 건방진 목소리가 울렸다.

"배차 수락. 배달 라이더 강주원 님. 지금부터 당신은 '망자반점'의 심야 배달부로 취직하셨습니다. 첫 콜, 출발합니다."

 

P A R T
제1부
배달의 시작
C H A P T E R
1
식어버린 도시락
― ― ―

 

나비가 안내한 곳은 도봉구의 재개발 예정 지구였다. 주원에게는 폐가로 찍혔던 주소지만, 정확히는 몇 년 전 화재로 전소되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낡은 고시원 건물 터였다.

오토바이를 세우자 흙먼지와 콘크리트 잔해 냄새가 났다. 주원은 헬멧을 벗지 않았다. 망자반점의 할매가 했던 경고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배달통이 고장 나면, 음식에 깃든 한이 폭발한다.'

"나비, 지금 내가 있는 곳에 망자가 있어?"

주원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네. 아주 진해요. 슬픔과 후회의 기운이 안개처럼 뭉쳐 있어요."

나비는 평소의 건방진 톤 대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자정의 안개는 망자의 눈물과 같아요. 주원 님, 목적지까지 걸어 들어가셔야 합니다."

주원은 배달통을 여는 대신, 방수포에 감긴 채 은은하게 푸른빛을 내는 김치찌개 한 숟갈을 품에 안았다. 고시원 건물 터는 출입이 막혀 있었지만, 주원은 폐기물 더미를 밟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가장 깊숙한 내부, 한때 1인실 고시원 방이었던 곳에 희미한 형체가 서 있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깡마른 여학생의 모습. 그녀는 손에 낡은 노트를 쥔 채, 벽에 기대어 흐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마치 어둠 속에 잠긴 수채화처럼 투명하고 희미했다.

주원은 멈춰 서서 말했다.

"배달 왔습니다. 주문하신… 식어버린 김치찌개 한 숟갈."

여학생의 형체가 미세하게 떨리더니, 천천히 주원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지만, 주원을 응시하는 그 시선은 강렬한 슬픔을 담고 있었다.

"배달이… 올 리가 없는데."

그녀가 속삭였다. 목소리는 얇고 떨려서, 바람 소리처럼 희미했다.

"나는… 나는 이제 아무것도 받을 자격이 없는데."

주원은 직업적인 무심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저는 그저 라이더입니다. 주문하신 물건만 전달하면 됩니다. 받으시죠."

여학생은 주원이 품에 안고 있는 숟가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김치찌개 위에서 멈추자, 찌개에서 피어나는 희미한 열기(영적인 기운)가 안개 속에서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김치찌개요? 맞아요. 엄마 냄새…."

여학생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제가 주문한 건… 김치찌개가 아니에요. 저는… 식어버린 도시락을 주문했어요."

주원은 당황했다. 주문서에는 분명히 '식어버린 김치찌개'라고 적혀 있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여학생은 자신이 쥐고 있던 낡은 노트를 들어 보였다.

"저는 여기서 3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어요. 엄마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김치찌개, 멸치볶음, 계란말이를 정성껏 담아 도시락을 싸서 보냈죠. 매일,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어요."

그녀는 울음을 삼켰다.

"하지만 저는… 한 번도 엄마 앞에서 웃으면서 도시락을 먹어주지 않았어요. 시험이 코앞이라고, 냄새 난다고, 친구들 보기 창피하다고… 매번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밤에 혼자 몰래 먹거나, 심지어 버리기도 했어요."

그녀의 한(恨)은 굶주림이 아니라, 후회였다. 정성 어린 어머니의 사랑을 매몰차게 거부했던 죄책감.

"저에게 김치찌개는… 엄마의 눈물이에요. 이 방에서 혼자 새벽까지 공부하면서도, 저는 엄마가 해준 음식을 먹는 순간만큼은 따뜻해지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 따뜻함을… 스스로 거부하고 차갑게 만들었어요. 결국, 그 차가운 도시락 때문에 이 방에서 혼자 죽었어요. 저는 엄마의 사랑을 마지막 순간까지 외면했어요…."

주원은 라이더 일을 하며 수도 없이 진상과 불평을 겪었지만, 이처럼 깊은 슬픔이 담긴 하소연은 처음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동화되는 것을 느끼고 서둘러 냉정을 찾았다.

"그 식어버린 도시락의 염원이, 이 김치찌개 한 숟갈에 담겨 있습니다. 이 찌개는 그냥 음식이 아닙니다. 어머니의 정성이 스며들어 있어요. 지금 드셔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주원은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앞으로 내밀었다. 여학생은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향해 다가갔다. 그녀의 투명한 손이 숟가락을 통과하려 할 때, 주원은 눈을 감았다. '산 자는 먹어서는 안 된다'는 할매의 경고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순간, 김치찌개 한 숟갈이 환한 빛을 내뿜었다.

여학생은 숟가락을 만지는 대신, 그 빛을 마치 따뜻한 온기처럼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빛은 그녀의 몸에 스며들었고, 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따뜻해… 엄마, 정말 따뜻해."

그녀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 아이처럼 평온한 표정이었다.

"이제… 짐이 없어요. 고맙습니다. 라이더 님."

빛이 절정에 달하자, 여학생의 형체는 마치 새벽의 안개가 걷히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는 낡은 노트 한 권만이 툭 떨어져 있었다.

주원이 헬멧을 벗지 않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 첫 배달이었다. 공포심보다는 낯선 먹먹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은 이제 찌개도 빛도 없이 깨끗했다.

그때, 주머니 속 휴대전화에서 GHOST 앱의 알림이 울렸다.

 

─── ding ───
[ 배 달 완 료 ]
수신자
미련을 짊어진 망자 (故 이지은)
획득 보상
수명 +3일

 

그리고 그 아래에는 새로운 알림이 떠 있었다.

 

─── ding ───
[ 시 스 템 메 시 지 ]
 
라이더 강주원 님의 누적 업보 포인트로 인해, 현재 진행 중인 채무 관련 '오늘의 불행' 하나가 소거되었습니다.
(잔여 불행 14건)

주원은 피곤에 젖은 얼굴을 찡그렸다. 잃었던 수명 3일을 되찾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불행'이 소거되었다는 문구는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망자의 한을 풀어주면… 내 삶의 불행이 사라진다고?'

밖으로 나오자, 아까 그 짙은 안개는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맑은 밤하늘 아래, 주원의 오토바이는 여전히 쓰러져 있었지만, 아까보다는 덜 망가진 것 같았다.

주원은 헬멧을 고쳐 썼다. 이 미친 일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빚과 독촉, 그리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할 유일한 길.

"나비, 다음 콜. 빨리 잡아."

"콜이 벌써 하나 들어왔어요, 주원 님. 이번엔 좀 멀어요. 배달비는 수명 +5일."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강주원은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의 밤은 이제 막 시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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