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리디북스 페이퍼로 밑줄을 치며 읽고, 갤럭시탭에서는 공유기능을 이용해 밑줄 친 부분 중 일부를 스크랩하여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올렸다.(페이퍼에는 공유기능이 없습니다)
드디어 『코스모스』의 대장정의 막이 내렸다. 후련하다. 작년 3월 전자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전자책 서점 리디북스에서 구매하고 18개월만에 책을 다 읽은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해서 최근 2달에 몰아서 다 읽었다.
그런 책들이 있다. 소문이 자자한 책 중에 정말 읽고 싶은 책, 하지만 그 두께와 명성에 눌려 읽다가 포기한 책들. 독서 걸음마를 뗀지 겨우 5년 남짓한 내겐 그런 책들은 엄두를 내기가 어렵다. 특히 분권으로 된 시리즈나 전집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한다. 호흡이 긴 책들을 읽기엔 아직도 못 읽은 단권 책들이 너무나, 마치 우주의 별처럼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책을 선택하고 읽을 때 더 신중하게 된다.
이 엄청난 책등의.두께를.보라. 전자책이 아니면 여름 땡볕에 저 무거운 책을 들고 다녀야 했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엄청난 책을 읽었다. 종이책 기준으로 800페이지가 넘는 책. 아무리 과학대중서라 해도 저자의 혜안과 지식의 깊이에서 헤엄치려면 독서 내공과 배경지식이 겨우 물에 뜨는 정도로는 안 된다. 그러니 이 책을 읽다가 추풍낙옆처럼 나가 떨어지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광대한 우주에서 미아가 된 것처럼 읽다가 길을 잃기도 하고, 이 지리한 독서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역자도 후기에서 말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저자의 광범위한 지식 세계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물론 걸출한 학자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쉽지 않은 책이었다. 사실 스크랩한 것 말고 정리하기도 버겁다. 하지만 나는 저자와 함께 코스모스라는대 서사의 여행을 함께 했다. 별에서 태어난 인류가 어떻게 자신의 고향인 코스모스를 다시 들여다 보게 되었는지, 앞으로 인류가 우주시민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고, 이 창백한 지구에서 핵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난 외계 생명과의 조우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 지, 그야말로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과 세상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을 다 읽고 떠오르는 이미지는, 검은 배경에 황홀하게 반짝이는 별들, 폭발하는 초신성의 우주쇼, 블랙홀, 우주 공간을 날아가는 무인 탐사선들, 우리 태양계, 그리고 수많은 천문학자들, 뇌의 뉴런, 빅뱅 등 이 떠오른다.
나는 이책을 50%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책은 다시 읽을 때 더욱 선명해지는 법이다. 한 번으로는 끝나지 않고 『코스모스』의 독서는 계속될 것이다.
우리 은하를 벗어나 우주 깊은 곳 어디선가 이승에서 못 다한 탐구와 탐험을 하고 계실 칼 세이건 박사님께 인류에게 귀중한 자산을 남겨 준 것을 감사드린다.
인류는 우주 한구석에 박힌 미물이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이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기원을 더듬을 줄도 알게 됐다.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별에 대해 숙고할 줄 알게 됐다. 10억의 10억 배의 또 10억 배의 그리고 또 거기에 10배나 되는 수의 원자들이 결합한 하나의 유기체가 원자 자체의 진화를 꿰뚫어 생각할 줄 알게 됐다. 우주의 한구석에서 의식의 탄생이 있기까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갈 줄도 알게 됐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코스모스 | 칼 세이건, 홍승수 저
번역을 약속하고 첫 페이지를 옮기면서부터, 저는 ‘번역하기는 고문이다.’라는 명제를 재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천문학이 주를 이루지만, 천문학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책은 코스모스에서 인간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를 밝혀내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초점에 이르기까지 과학뿐 아니라, 서양 철학과, 동양 사상, 현대 사회학, 정치 심리학 등의 지식이 두루 필요했으니, 『코스모스』의 번역은 맨발로 가시밭길 걷기였습니다.
-역자 후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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