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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바람소리>(샘터, 법정 지음) | 두서없는완독후기

나룸이 2020. 3. 1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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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바람소리
국내도서
저자 : 법정
출판 : 샘터사 200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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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해 법정 스님의 책을 골랐다. 법정 스님의 책은 시중 서점에서 살 수 없다. 돌아가시기 전에 절판하라는 유훈을 남기셨기 때문에. 작년 서울에서 열린 북페스티벌에 갔다가 노점 가판대에 진열된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바로 이 책 <물소리 바람소리>를 보고 누가 채갈새라 바로 지갑을 열었다. 


<무소유>는 번역을 하기로 마음 먹고 직장을 그만 둔 뒤에 마음을 다스리느라 읽은 적이 있다. 그 무렵 스님께서 입적하시기도 했다. 생전에 한번 멀리서나마 뵙지 못한게 너무 아쉽다. 너무나 문외한인 나는 스님이 나와 동시대를 살고 계신 분인 줄도 몰랐다. 나는 너무도 무지하고 몽매했다. 그럴 수 밖에. 책도 읽지 않았고 세상에도 어두웠다. 


문학을 좋아하고 어린이 같은 마음을 가진 법정 스님. 스님의 다큐에서 젊은 행자 시절 때 문학 작품을 읽고 싶어서 몰래 사왔다가 큰 스님한테 들키는 바람에 아궁에 책을 불살랐던 이야기가 나온다. 스님께서 그때의 한을 푸느라 이렇게 많은 글을 쓰셨는지 알 길은 없지만, 스님의 혜안과 진정성이 담긴 글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법정 스님은 비록 불가에 계시지만, 늘 세속을 오가며 깨달음을 얻고자 했던 대중 속에 산 생불이라고 생각한다. <물소리 바람소리>는 80년대 초중반 스님이 각종 매체에 연재하신 글을 모아 펴낸 책이다. 내가 산 책은 1986년 처음 출간되어 1999년 3판 5쇄로 나온 책이다. 법정 스님 전매 특허인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깨달음을 부드럽게 말씀하시다가도, 시대가 시대인 만큼 당시의 종교와 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이 폐부를 찌른다. 내가 블로그에 옮겨 쓴 스님의 글을 읽어 본 분들이라면 분명 뭔가 큰 울림을 느꼈을 것이다.


중고책이기에 어떤 손들을 거쳐서 내게 왔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누군가 뒷장에 정갈하게 써 놓은 문장 한 줄이 눈길을 끈다.


"2000년 겨울 방학에"


이걸 쓴 사람은 준 사람일까, 받은 사람일까.
그게 누구였든지 간에, 이 책을 손에 든 사람들은 기쁘고 감사했을 것 같다.
그렇게 마지막 사람의 소유였던 책은 주인의 손을 떠나 이렇게 내게 왔다.
나는 떠나보내지 않을 것이다. 조만간 <무소유>도 다시 읽어 봐야겠다.
이 책은 총 365페이지인데 글자 크기가 작아서 450쪽은 족히 되는 것 같다.
2주 만에 읽는다는게 한 달 걸렸다. 요즘 문장처럼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더러 있다. 
독서하는데 자꾸만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래도 명색이 번역가 티를 내는 것인지 문장을 읽을 때 남들보다 신경을 더 쓰는 것 같다. 여전히 문장과 단락 간의 흐름을 이해하는 눈이 덜 익었다. 그래서 번역은 어렵다. 


어째거나 방학 동안 밀린 숙제를 다 마친 것처럼 후련하다. 완독은 늘 시원섭섭하다. 책은 한번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책은 사람과 같다. 한번 봐서는 속속들이 다 알기 어렵다. 책등을 보면서 언젠가 또 뽑아들 날이 올 것이다. 재독, 삼독의 기쁨도 크다.


이 책의 일부를 블로그에 적잖이 옮겼놓았으니, 서문에서 법정 스님이 하신 말씀을 적는 것으로 이 산만한 독서후기를 마친다. 성의가 없으나 이렇게 마구잡이로 쓰니까 글쓰는 건 더 편하다. 잘쓰려고 하면 오히려 글길이 막힌다.
스님을 통해 하심(下心)의 지혜를 다시금 생각해 본 새해맞이 뜻깊은 독서였다.

<물소리 바람소리>는 내 산거(山居)에서 항시 대하는 자연의 소리이며 또한 우리 시대 세상의 소리이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홀로 지낼 때가 많으면서도 의식의 흐름은 늘 세상과 함께 이어져 있다. 사람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든 간에 원칙적으로 사회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인간의 기본적인 구조는 세상에 있음이요. 세상에 있음은 함께 있다는 뜻. 그러니 세상을 떠난 개인의 삶은 그 의미가 없게 된다.

참, 스님의 화두는 무소유와 맥을 나란히 하는 '비움, 텅 빈 마음, 침묵' 등이다. 

보람된 인생이란 무엇인가. 욕구를 종족시키는 생활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삶이어야 한다. 의미를 채우지 않으면 삶은 빈 껍질이다.

무변광대한 우주공간에서 보면 사람이란 한낱 먼지같은 존재. 그 먼지끼리 서로가 잘났다고 재고 뽐내고 뻐기며 살아간다. 언젠가는 먼지로 사라지고 말 그런 우리들인데.
침묵을 익히라. 속뜰을 침묵으로 채우라.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말도 하셨다.

'불퇴전(不退轉)이면 곧 성불(成佛)'이란 말이 있는데,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면 마침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다가 발췌가 끝나지 않겠다. 이걸로 정말 끝.

법정 스님이 언급하신 책들을 정리했다.
역시 안 읽은 책들이 대부분. 어차피 많은 책이 내 독서의 TO READ LIST에 있으니 언제고 읽으면 된다.

- 다산 정약용 서한집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귀양 가던 그해 1801년 겨울,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사연이 적혀 있다.
'천지간에 외롭게 서 있는 내가 운명적으로 의지할 곳이라곤 오로지 책과 붓이 있을 뿐이다.'

-박목월의 시집 <산도화>

밭을 갈아 콩을 심고
밭을 갈아 콩을 심고
꾸륵꾸륵 비둘기야

백양 잘라 집을 지어
초가 삼간 집을 지어

대를 심어 바람 막고
대를 심어 퉁소 뚫고

장독 뒤에 더덕 심고
장독 옆에 모란 심고

웃말 색씨 모셔 두고
반달 색씨 모셔 두고

햇볕 나면 밭을 갈고
달빛 나면 퉁소 불고
꾸륵꾸륵 비둘기야.

-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최순우 씨의 <한국미 한국의 마음>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히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번이고 자문자답했다.

- 영국의 경제학자 E.F.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이무라 가즈키오의 <여러분 고맙습니다>
- 춘원 이광수의 수필집 <인생의 향기>
- 야나기 무네요시 <조선의 예술>
-영국의 등산가 F.S.스마이드 <산의 정기>
-스위스의 철학자 막스 피카드 <침묵의 세계>

두 사람이 서로 말을 주고받을 때 거기에는 항상 그것을 듣는 제삼자가 있는데, 이 제삼자가 곧 침묵이다.

-당 태종의 치적을 기록한 <정관정요>
-헬렌 켈러 <사흘만 볼 수 있다면>

나는 눈이 먼 사람이다. 눈먼 내가 눈이 멀지 않은 당신들에게 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내일 갑자기 장님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당신의 눈을 사랑하라. 눈만이 아니다. 귀가 먹어버리고 벙어리가 될지도 모른다고 상상해 보라. 그러니 신비로운 자연이 마련해 준 여러 가지 접촉을 통해, 세계가 당신에게 보여준 즐거움과 아름다움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완독일 : 2018. 1.31
평점: 어떻게 점수를 매길 수 있겠는가.
아쉬운 점: 집중해서 읽지를 못했다. 요즘 머리가 뒤죽박죽. 나중에 다시 읽기 도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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