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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결정하는 세 여신 '모이라이' | 동화 '잠자는 공주'에서 나타나는 상징 이야기

나룸이 2020. 5. 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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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hree Fates" by Paul Thumann - 1890.

In the center is Clotho (as Maiden) spinning the thread of life, at right is Lachesis (as Mother) who dispenses it, at left is grim Atropos (as Crone) with her shears ready to snip the thread of life.

빌헬름 그림Wilhelm Grimm과 야코프 그림Jacob Grim 형제는 독일의 민담들을 수집하여 1812년에 『그림 형제 동화Grimm’s Fairy Tales』를 출간했다. 이 동화집에는 ‘잠자는 공주Sleeping Beauty 또는 Little Briar Rose’가 수록되어 있는데,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1628-1703)가 그들보다 훨씬 전에 쓴 ‘잠자는 숲속의 공주La Belle au bois dormant’와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잠자는 공주(Sleeping Beauty)’ 이야기는 아주 먼 옛날부터 어른과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동화이다. 또한 오랜 세월의 시험을 견뎌낸 상상 속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장수가 가능했던 이유는 문학 콘텐츠로서의 위상보다 훨씬 위대해 보이는 ‘영혼의 의지spiritual intent’라는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동화 속 왕국을 뒷받침하는 형이상학적 원칙들의 깊은 줄기는 영혼을 통해 현실을 이해하려고 했던 고대 문명의 통찰에 기초하고 있다. 잠자는 공주는 자아실현self-realization, 즉 자기이해self–knowledge를 향한 ‘영혼의 길을 찾는 정신의 탐색’이라는 보편적인 주제 위에서 구축되었다.

동화는 일반적으로 상징symbol과 모티프motif라는 두 체계를 사용하는데, 부모를 잃어버린다든가, 적대적인 세력 및 존재들이 나온다든가, 마지막에는 신성한 결혼으로 끝을 맺는 것 등이 있다. 자주 사용되는 상징에는 뱀과 황금 보물, 숫자(3, 7, 12) 등이 있다. 이 요소들은 동화와 신화의 문학적인 기본 뼈대를 이룬다.

운명과 의식의 진화

브라이어 로즈Briar Rose 또는 잠자는 공주Sleeping Beauty가 인간의 영혼을 의인화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녀의 예견된 죽음에서 영혼이 황도12궁(황도란 하늘에서 태양이 지나가는 길이고, 황도 12궁은 황도상에 위치한 12개의 별자리를 의미한다.-옮긴이)의 12개 집을 통과하여 환생한다는 고대의 믿음을 가리킨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반면 13이라는 숫자는 환생 후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됨을 암시하는데, 죽음과 부활이라는 주제와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전체적인 주제를 '영혼의 운명'과 '의식의 진화'로 연결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영어로 ‘Fates(운명의 여신)’ 를 뜻하는 '모이라이Moirai'는 흰색 옷을 입고 운명을 관장하는 역할을 하는 의인화된 신이다. 영혼의 수명을 한정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인간이 탄생하는 순간 그들이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

운명을 결정하는 세 여신, 모이라이

라케시스 Lachesis

‘운명을 할당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라케시스는 자신의 자막대-천구의(天球儀)에 있는 12궁도를 찍는 막대기-를 가지고 각각의 인간에게 할당된 생명의 실 길이를 잰다.

클로토 Clotho

클로토는 물렛가락(양 끝을 가늘게 깎은 나무막대기로, 물레로 실을 뽑을 때 쓴다-옮긴이)에 달린 실패에서 생명의 실을 뽑아낸다.

아트로포스 Atropos

아트로포스는 ‘바꿀 수 없는’ 또는 ‘피할 수 없는’을 의미한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인간의 생명줄을 자른다. 그녀는 두루마리, 밀랍을 칠한 서자판(書字板), 해시계, 한 쌍의 저울, 줄을 자르는 도구를 가지고 다닌다.

각각의 인간이 태어나면, 이 세 여신이 나타나 운명의 실을 잣고, 재고, 자르는 것이다.

고대 세계에서 실을 잣는 행위는 운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물렛가락에 방적사(직물용·편물용 실)를 감아놓고, 그 실을 뽑아서 그물 또는 올가미를 만들었다. 고대 사람들은 '영혼을 붙잡는 그물을 만들기 위해 실을 잣는' 과정을 ‘운명에 대한 영적인 메타포’로 생각했다. 이러한 모이라이의 독특한 특징은 많은 인도-유럽의 사가Saga(중세의 국왕, 영웅 따위를 주제로 한 산문, 영웅전설)와 켈트 민담에 나오는 착한 요정들과 닮았다. 그들은 새로 태어난 아기의 요람에 선물을 가지고 나타나는데, 잠자는 공주 이야기에서도 12명의 요정이 선물을 가져온다.

숫자 12는 점성학astrology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고대 사가에서는 영혼이 각각의 집에 깃든 특별한 특성을 얻기 위해 황도12궁이라는 집을 통과해서 환생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과정은 영혼이 어떻게 진화하고 정신의 깊이가 발전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특별한 주제는 라케시스가 막대기를 들고 천구 위의 12궁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별들이 영혼의 운명에 영향을 준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브라이어 로즈>(C.S. 에번스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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