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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기 싫은 새끼고양이 재즈버리 | 전자책 '새끼 고양이 삼총사'(캐서리 파일 지음) 맛보기

나룸이 2020. 6. 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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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고양이와 태비 이모가 창틀에 앉아 얼굴과 털을 씻고 있었다. 그때 재즈버리가 신나게 계단을 뛰어 올라 그쪽으로 잽싸게 달려왔다. 재즈버리는 얼굴과 가슴에 흰 얼룩무늬가 있고, 작고 보드라운 흰 발을 가진 검은색 새끼 고양이이다. 이 앙증맞은 발에 난 벨벳처럼 부드러운 털 속에는 바늘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감춰져 있었다. 재즈버리는 필요할 경우 그 발톱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어미 고양이 번치의 꼬리가 창틀 아래로 늘어진 채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보들보들하고 회색빛을 띤 것이 마치 쥐꼬리처럼 보였다. 재즈버리는 폴짝 뛰어올라 그런 어미의 꼬리를 발톱으로 꽉 붙잡았다. 어미 고양이는 성을 내며 꼬리를 들어 올리더니 몸통 주변으로 동그랗게 말아버렸다. 재즈버리는 꼬리를 따라서 또 폴짝 뛰어올랐다. 어미가 놀아줄 때까지 장난을 칠 셈이었다.

“재즈버리, 너 오늘 아침 세수도 아직 안 했잖니.”

이모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발 좀 보렴. 또 석탄 통에 들어갔다 나온 게로구나, 요 개구쟁이 녀석.”

“거기서 생쥐 소리가 들렸단 말이에요.”

재즈버리가 야옹거렸다.

“생쥐라니! 생쥐가 석탄 통에 들어갈 일이 뭐가 있을까? 넌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재미있어서 석탄통에 기어 올라가 신나게 놀다 와서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늘어놓고 있구나. 지금 네 꼴이 얼마나 지저분한지나 좀 보렴.”

“얌전히 앉아 씻어라, 재즈버리.”

어미 고양이가 말했다.

“엄마 꼬리는 가만 좀 놔두고! 지금은 너랑 놀아주지 않을 거야. 그리고 아침을 먹고 싶거든 서둘러 씻는 게 좋을 거다. 엄마는 이렇게 지저분한 새끼 고양이하고는 함께 밥을 먹고 싶지 않단다.”

재즈버리는 앉아서 작고 꼬질꼬질한 발 하나를 들어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이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발부터 닦아야지. 씻지도 않은 발로 얼굴부터 닦으면 더 지저분해지잖아.”

“아이 참.” 재즈버리가 뿌루퉁한 목소리로 야옹거렸다.

“이렇게 씻지 않고 다니다가는 네가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겠구나 .”

이모는 계속 다그쳤다.

“정말로 너한테 나쁜 일이 일어날까봐 이모는 걱정이 태산이다. 한번은 씻기라면 질색하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어. 그래서 허구한 날 여주인이 비누 거품을 묻힌 스펀지로 녀석을 씻기는 게 일이었고, 그 고양이는 늘 물에 쫄딱 젖어 있었지. 어느날 네게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니? 앞으로 몸을 깨끗이 씻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너도 그 꼴이 날 게다.”

재즈버리는 자기도 청결히 하지 않으면 비슷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나 열심히 몸을 씻기 시작했다. 먼저 네 발을 닦은 다음 얼굴을 씻었다. 그리고 다시 작은 분홍색 혀로 발을 핥은 후 동그랗게 오므려 복슬복슬한 뺨과 이마와 턱, 그리고 귀 뒤쪽까지 깨끗이 씻어 냈다. 다행히 아침 먹을 즈음에는 말끔해져서 엄마랑 이모랑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인간 가족과 고양이 가족은 같은 시간에 아침 식사를 했다. 인간 가족은 식당에서, 고양이 가족은 식품 저장실에서 먹었다. 고양이들의 주식은 빵과 우유였다. 일주일에 생선이 두 번 나왔고, 가끔은 고기와 감자가 나오는 등 근사한 음식을 먹을 때도 있었다.

“뭐 하러 귀찮게 쥐를 잡으러 다녀요? 어차피 원하는 건 다 먹을 수 있잖아요.”

재즈버리는 이렇게 묻곤 했다.

그러면 이모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에게 훌륭한 음식을 준 인간들을 위해 당연히 쥐를 잡아서 보답을 해야 하는 거란다."

하지만 재즈버리는 이모의 충고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녀석의 관심은 오로지 즐겁게 뛰어노는 것뿐이었고, 쥐를 꼭 잡아야만 한다면 그건 엄마와 이모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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