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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김훈이란 작가의 책을 읽고 싶었다. 마침 존경하는 이순신장군의 이야기가 그의 글을 통해 태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책읽기에 문외했던 시절, 그저 이 책은 바라만 볼 수 있는 장식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언제 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서점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 때는 작가의 문체가 너무 어려운 나머지 100여 페이지를 읽다가 그만 두었다.
하지만 독서를 제대로 시작하고 나서는 조만간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책을 집어 들었다. 한 달여 남짓 읽고 덮기를 반복한 끝에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었다.
작가는 장군이 백의종군하여 정유재란 때 전멸한 수군을 재건하여 죽음을 방패삼아 적을 차례로 섬멸해가는 모습을 장군의 독백, 즉 그의 노래로 장엄하고 화려한 필체로 묘사해간다.
임금보다 백성을 사랑했고, 군율을 다스림에 한치도 흐트러짐이 없었던 그는 진정한 무인었으나, 그 또한 가엾은 영혼을 숨기고 늘 수많은 죽음과 대면해야 했던 백성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서 자신이 해야 할 마지막 임무를 정확히 마치고 간 장군의 인생에서 내가 이 세상에서 마치고 갈 임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소설에서 노량해전에서 적탄에 맞아 쓰러진 후 부하에게 했던 말을 옮겨봤다.
"지금 싸움이 한창이다. 너는 내가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마라."
"북을...... 계속...... 울려라. 관음포..... 멀었느냐?"
추가. 셋째 아들 이면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소금창고 안 가마니에 엎드려 숨죽여 울었다는 장군의 모습이 한없이 가여웠다.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전쟁터에서는 아들도 그저 끊어진 목숨 중의 일부였기에 목놓아 울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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