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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참된 목적",<물소리 바람소리>(샘터, 법정 지음) | 짬짬이 옮겨쓰기

나룸이 2020. 10. 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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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바람소리
국내도서
저자 : 법정
출판 : 샘터사 200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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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을 마치 운동경기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운동경기의 경우는 메달이 하나밖에 없으니 등수에 따라 목에 걸어주지만, 학력은 그런 경기가 아니지 않은가.
그 어떤 자리라 할지라도, 정상은 외롭고 불안하고 바람 타고 위태롭다.
그 어디에도 영원한 것은 없다. 모두가 한때일 뿐이지. 정상을 지킨다는 것은 납덩이처럼 무거운 멍에다. 공부밖에 모르는, 착하고 순진하고 진실한 고3학생이 1등과 수석의 멍에에 얼마나 짓눌렸으면 부모에게 말도 없이 집을 뛰쳐나왔겠는가. 그 1등과 수석이 얼마나 지겨웠으면,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자기 손가락을 깨물어가면서 혈서를 썼겠는가.

우리 시대의 교사 크리슈나무르티가 <교육과 인생의 의미>에서 한 말을 되새겨보고 싶다.

교육은 우리가 영원한 가치를 찾아내어 어떤 틀이나 반복되는 구호에 매달리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교육은 국가적인, 혹은 사회적인 울타리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허물어버리도록 밀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같은 울타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대의식만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참된 교육은 편견이 없는, 깊은 통찰과 각성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진실한 가치를 찾아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교육은 학자나 기술자, 혹은 직업인을 만들어내는 데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온갖 불안과 공포의 멍에로부터 벗어난, 완전하고 자유스러운, 사람다운 사람을 창조해 내는 일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
다양한 계층이 어울려서 살아가는 건전한 사회에서는 1등도 전체 수석도 있을 수 없다. 오로지 사람다운 사람이 필요하다.


-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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