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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6

어떤 스님의 '풀소유'를 통해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돌아보다

물소리 바람소리 국내도서 저자 : 법정 출판 : 샘터사 2001.09.04 상세보기 최근 불거진 혜민 스님의 행적을 보면서 새삼 법정 스님이 얼마나 위대한 수행자이셨는지 다시 느끼게 된다. 똑같이 글을 쓰고 강연을 하셨지만 둘의 방향은 완전히 반대다. 법정 스님은 쏟아낼수록 비우셨지만, 혜민 스님은 쏟아내면서 다시 채웠다. 그렇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고 믿었던 사람들의 실망은 이루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초기에 그를 신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연예인 같은 팬덤이 생기는 걸 보면서 수행자가 아니라 한때 유행한 '시크릿'과 같은 힐링자기계발서를 펴내는 유명 작가가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많은 논란을 남긴 채 그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몇 년 전 읽고 스크랩한 법정 스님의 글이 ..

말글채집 2020.11.22

자비심이 곧 여래(如來)-<물소리 바람소리>(샘터, 법정 지음) | 짬짬이 옮겨쓰기

보시를 흔히 베푸는 일로 알고 있지만, 보다 정확한 표현을 쓴다면 나누는 일이다. 자기 것이 있어야 베풀 수가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자기 것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한때 맡아 가지고 있는 우주의 선물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베푸는 데에는 높고 낮은 수직 관계가 생기지만, 나누는 데에는 수평적인 유대를 이룬다. 이 나누어 가지는 보시에 의해 우리는 비로소 이웃의 관계가 형성된다. 그래서 보살행 중에서 보시를 제1바라밀이라고도 한다. 바라밀이란, 옛 인도말 '파라미타'의 음역이다. 온갖 모순과 갈등으로 뒤얽힌 우리들의 일상에서 벗어나 그런 고뇌가 없는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것을 바라밀이라고 한다. 보시를 통해 보시 바라밀을 갖출 수 있고, 그 보시 바라밀이 또한 바른 깨달음을 이룬다는 것, 바른..

말글채집 2020.10.27

"행복의 조건", <물소리 바람소리>(샘터, 법정 지음) | 짬짬이 옮겨쓰기

물소리 바람소리 국내도서 저자 : 법정 출판 : 샘터사 2001.09.04 상세보기 오늘날 우리들은 조그마한 것을 가지고는 만족할 줄을 모른다. 사실 행복의 조건이란 큰 데 있지 않고 작은 데 있다. 사소하고 조촐한 일들을 통해서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 예시조에 이런 글이 있다. 십년을 경영하여 초가삼간 지어내니 나 한칸 달 한칸에 청풍 한칸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보고 보리라. 우리 선인들은 이런 여유와 풍류를 지니고 살았었다. 이런 글을 대할 때 그분들의 넉넉한 속뜰을 넘어다볼 수 있지 않은가. -중략- 불교의 초기 경전인 숫타니파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실려 있다. 사람들은 내 것이라고 집착한 물건 때문에 근심한다. 자기가 소유한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말글채집 2020.10.27

안민가(安民歌)와 법구경, <물소리 바람소리>(샘터, 법정 지음) | 짬짬이 옮겨쓰기

물소리 바람소리 국내도서 저자 : 법정 출판 : 샘터사 2001.09.04 상세보기 신라 향가에 안민가(安民歌)가 있다. 사연인즉, 삼월 삼짇날 남산 삼화령의 미륵불에게 차공양을 올리고 돌아오는 충담 스님을 경덕왕이 맞아 차를 한 잔 얻어 마신 뒤, 백성을 다스려 편안히 할 노래를 지어달라고 청한다. 이때 스님은 즉석에서 노래를 지었는데, 임금과 신하와 백성의 도리를 말한 다음 이와 같이 끝을 맺고 있다. '아,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만 한다면 나라안은 태령하리라.' -중략- 법구경에는 이런 부처님의 말씀이 실려 있다. '원한을 원한으로써 갚으려 하지 말라. 그러면 원한은 풀릴 기약이 없다. 원한을 버릴 때만이 원한은 풀리나니, 이것은 변치 않을 영원한 진리다.' 삶은 대결이 아니라 화해다. -366쪽

말글채집 2020.10.27

"교육의 참된 목적",<물소리 바람소리>(샘터, 법정 지음) | 짬짬이 옮겨쓰기

물소리 바람소리 국내도서 저자 : 법정 출판 : 샘터사 2001.09.04 상세보기 학력을 마치 운동경기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운동경기의 경우는 메달이 하나밖에 없으니 등수에 따라 목에 걸어주지만, 학력은 그런 경기가 아니지 않은가. 그 어떤 자리라 할지라도, 정상은 외롭고 불안하고 바람 타고 위태롭다. 그 어디에도 영원한 것은 없다. 모두가 한때일 뿐이지. 정상을 지킨다는 것은 납덩이처럼 무거운 멍에다. 공부밖에 모르는, 착하고 순진하고 진실한 고3학생이 1등과 수석의 멍에에 얼마나 짓눌렸으면 부모에게 말도 없이 집을 뛰쳐나왔겠는가. 그 1등과 수석이 얼마나 지겨웠으면,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자기 손가락을 깨물어가면서 혈서를 썼겠는가. 우리 시대의 교사 크리슈나무르티가 에서 한 말을 되새겨보고 싶다...

말글채집 2020.10.27

<물소리 바람소리>(샘터, 법정 지음) | 두서없는완독후기

물소리 바람소리 국내도서 저자 : 법정 출판 : 샘터사 2001.09.04 상세보기 2018년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해 법정 스님의 책을 골랐다. 법정 스님의 책은 시중 서점에서 살 수 없다. 돌아가시기 전에 절판하라는 유훈을 남기셨기 때문에. 작년 서울에서 열린 북페스티벌에 갔다가 노점 가판대에 진열된 법정 스님의 와 바로 이 책 를 보고 누가 채갈새라 바로 지갑을 열었다. 는 번역을 하기로 마음 먹고 직장을 그만 둔 뒤에 마음을 다스리느라 읽은 적이 있다. 그 무렵 스님께서 입적하시기도 했다. 생전에 한번 멀리서나마 뵙지 못한게 너무 아쉽다. 너무나 문외한인 나는 스님이 나와 동시대를 살고 계신 분인 줄도 몰랐다. 나는 너무도 무지하고 몽매했다. 그럴 수 밖에. 책도 읽지 않았고 세상에..

책다락방 20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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