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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다마주치다. 뇌신경가소성neuro plasticity'과 은유적 사고

나룸이 2020. 11. 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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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시대
국내도서
저자 : 김용규
출판 : 살림 201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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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100년의 연구 결과 중 대표적인 세 가지를 꼽을 때마다 빠짐없이 들어가는 것이 있다. '뇌신경가소성neuro plasticity'이다. '뇌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한다'라는 뜻이다. 무척 단순하게 보이는 이 말 안에 실로 경이로운 인간 뇌의 비밀이 내재되어 있다. 뇌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신경세포들이 새로운 연결망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의 뇌는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에 의해 생각을 만들 뿐 아니라 그 생각에 의해 스스로를 형성해가는 열린 구조로 설계된 시스템이다. 따라서 뇌는 경험에 따라 형태(크기와 구조)가 크게 바뀐다. 인지신경과학자인 매리언 울프M. Wolf는 <책 읽는 뇌>에서 다음과 같은 상징적인 예를 들어 설명했다.

뉴런의 차원에서 보았을 때, 중국어를 읽는 사람은 영어를 읽는 사람과 전혀 다른 뉴런 연결을 사용한다. 중국어 사용자가 처음으로 영어를 읽을 때, 그 사람의 뇌는 중국어에 기초한 뉴런 경로를 사용한다. 중국어 독서를 함으로써 문자 그대로 '중국어를 읽는 뇌'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시를 읽고, 낭송하고, 외운다는 것은 단순히 감성적 취향을 고양시키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뇌 안에 은유를 창출하는 신경망을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이다. 누구든 우리 시(또는 동시)를 자주 낭송하고 모두 외우고 나면, 그의 뇌 안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천재의 표상'으로 지목한 은유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신경망이 형성된다. 그 결과 (경험을 통해 단언컨대) 말과 글의 표현력이 점차 달라지고 설득력이 높아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창의력도 발달할 것이다.

 

-김용규, <생각의 시대>, 170-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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