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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는 시시포스의 과업 | 베껴쓰기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영어이야기 국내도서 저자 :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 김대웅역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2011.06.20 상세보기 시시포스는 교활하다고 해야 할지, 똑똑하다 해야 할지 감히 인간 주제에(?) 신들을 기만하는 데 능숙했다. 그것도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결박하고,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에게 거짓을 고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죽어서 저승에 가, 그동안 벼르고 있던 신들에 의해 죗값을 톡톡히 치러야만 했다. 괘씸죄에 대한 벌은 커다란 돌을 가파른 언덕 위로 옮기는 일이다. 힘들게 언덕 위로 돌을 올려놓으면 그 돌은 다시 언덕 밑으로 굴러 내려간다. 그러면 다시 돌을 언덕 위로 올려놓아야 한다. 시시포스는 이러한 과정을 영원히 반복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이러..

말글채집 2020.10.27

Iris와 무지개, 홍채, 진줏빛 | 베껴쓰기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영어이야기 국내도서 저자 :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 김대웅역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2011.06.20 상세보기 간간이 거론되는 신들 가운데 이리스(Iris: 영어로는 아이리스)라는 여신이 있다. 헤르메스처럼 중요한 위치는 아니었지만 그녀 역시 신의 전령사 역할을 했다. 특히 그녀는 신의 메시지를 인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래서 자주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야만 했는데, 이때 사용된 그럴듯한 계단이 바로 무지개였다. 실제로 iris는 그리스어로 '무지개'를 뜻한다. 무지개의 특징은 물론 그 형형색색의 빛깔에 있다. 그래서 iris는 여러 가지 색깔을 띤 물체를 가리킬 때 쓰인다. 실례를 하나 들어보자. 동양인은 그렇지 않지만, 서양인들의 눈은 사람에 따라..

말글채집 2020.10.27

북회귀선과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 | 책읽다 스크랩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영어이야기 국내도서 저자 :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 김대웅역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2011.06.20 상세보기 헤라클레스가 열두 과업을 수행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질투에 사로잡혀 있던 헤라는 게를 보내 그의 발뒤꿈치를 잘라버리려고 했다. 헤라클레스는 그것을 뭉개어버렸지만, 헤라는 이 동물의 수고에 대한 보답으로, 그 게를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이 별자리가 궁도의 네 번째 별자리인 게자리Cancer이다. 궁도에서 사자자리와 게자리는 마치 싸우기가 겁난다는 듯 헤라클레스 별자리의 반대편에 자리 잡고 있다. 5월 21일이면 태양은 지구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날에 태양이 게자리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때 태양빛은 멕시코 중부, 이집트 남부, ..

말글채집 2020.10.27

남한산성으로 어가를 돌리려 할 때 행렬의 어수선한 모습을 묘사한 문장 | <남한산성> 베껴쓰기

남한산성 국내도서 저자 : 김훈 출판 : 학고재 2017.07.07 상세보기 어디로 가려느냐......, 여기서 머물겠느냐....... 임금은 묻지 않았다. 그날 어가행렬은 강화를 단념하고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행렬이 방향을 바꾸자 백성들이 수군거렸다. 어린아이들도 강화가 아니라 남한산성으로 간다는 것을 알았다. 창졸간에 행선지가 바뀌자 기휘들이 먼저 흩어졌다. 말편자를 갈아 박는 틈에 기휘들이 깃발을 팽개치고 먼저 흩어졌다. 사대는 달아나는 자들을 쏘지 않았고, 달아나는 자들을 잡으러 쫓아갔던 군사들도 돌아오지 않았다. 세자가 젖은 버선을 갈아 신는 사이에 견마잡이가 달아났고, 뒤쪽으로 쳐져서 눈 위에 오줌을 누던 궁녀들은 행렬로 돌아오지 않았다. 피난민들이 의장과 사대에 뒤섞였고, 백성들이 끌고 나온..

말글채집 2020.10.27

자비심이 곧 여래(如來)-<물소리 바람소리>(샘터, 법정 지음) | 짬짬이 옮겨쓰기

보시를 흔히 베푸는 일로 알고 있지만, 보다 정확한 표현을 쓴다면 나누는 일이다. 자기 것이 있어야 베풀 수가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자기 것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한때 맡아 가지고 있는 우주의 선물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베푸는 데에는 높고 낮은 수직 관계가 생기지만, 나누는 데에는 수평적인 유대를 이룬다. 이 나누어 가지는 보시에 의해 우리는 비로소 이웃의 관계가 형성된다. 그래서 보살행 중에서 보시를 제1바라밀이라고도 한다. 바라밀이란, 옛 인도말 '파라미타'의 음역이다. 온갖 모순과 갈등으로 뒤얽힌 우리들의 일상에서 벗어나 그런 고뇌가 없는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것을 바라밀이라고 한다. 보시를 통해 보시 바라밀을 갖출 수 있고, 그 보시 바라밀이 또한 바른 깨달음을 이룬다는 것, 바른..

말글채집 2020.10.27

"행복의 조건", <물소리 바람소리>(샘터, 법정 지음) | 짬짬이 옮겨쓰기

물소리 바람소리 국내도서 저자 : 법정 출판 : 샘터사 2001.09.04 상세보기 오늘날 우리들은 조그마한 것을 가지고는 만족할 줄을 모른다. 사실 행복의 조건이란 큰 데 있지 않고 작은 데 있다. 사소하고 조촐한 일들을 통해서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 예시조에 이런 글이 있다. 십년을 경영하여 초가삼간 지어내니 나 한칸 달 한칸에 청풍 한칸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보고 보리라. 우리 선인들은 이런 여유와 풍류를 지니고 살았었다. 이런 글을 대할 때 그분들의 넉넉한 속뜰을 넘어다볼 수 있지 않은가. -중략- 불교의 초기 경전인 숫타니파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실려 있다. 사람들은 내 것이라고 집착한 물건 때문에 근심한다. 자기가 소유한 것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말글채집 2020.10.27

안민가(安民歌)와 법구경, <물소리 바람소리>(샘터, 법정 지음) | 짬짬이 옮겨쓰기

물소리 바람소리 국내도서 저자 : 법정 출판 : 샘터사 2001.09.04 상세보기 신라 향가에 안민가(安民歌)가 있다. 사연인즉, 삼월 삼짇날 남산 삼화령의 미륵불에게 차공양을 올리고 돌아오는 충담 스님을 경덕왕이 맞아 차를 한 잔 얻어 마신 뒤, 백성을 다스려 편안히 할 노래를 지어달라고 청한다. 이때 스님은 즉석에서 노래를 지었는데, 임금과 신하와 백성의 도리를 말한 다음 이와 같이 끝을 맺고 있다. '아,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만 한다면 나라안은 태령하리라.' -중략- 법구경에는 이런 부처님의 말씀이 실려 있다. '원한을 원한으로써 갚으려 하지 말라. 그러면 원한은 풀릴 기약이 없다. 원한을 버릴 때만이 원한은 풀리나니, 이것은 변치 않을 영원한 진리다.' 삶은 대결이 아니라 화해다. -366쪽

말글채집 2020.10.27

"교육의 참된 목적",<물소리 바람소리>(샘터, 법정 지음) | 짬짬이 옮겨쓰기

물소리 바람소리 국내도서 저자 : 법정 출판 : 샘터사 2001.09.04 상세보기 학력을 마치 운동경기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운동경기의 경우는 메달이 하나밖에 없으니 등수에 따라 목에 걸어주지만, 학력은 그런 경기가 아니지 않은가. 그 어떤 자리라 할지라도, 정상은 외롭고 불안하고 바람 타고 위태롭다. 그 어디에도 영원한 것은 없다. 모두가 한때일 뿐이지. 정상을 지킨다는 것은 납덩이처럼 무거운 멍에다. 공부밖에 모르는, 착하고 순진하고 진실한 고3학생이 1등과 수석의 멍에에 얼마나 짓눌렸으면 부모에게 말도 없이 집을 뛰쳐나왔겠는가. 그 1등과 수석이 얼마나 지겨웠으면,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자기 손가락을 깨물어가면서 혈서를 썼겠는가. 우리 시대의 교사 크리슈나무르티가 에서 한 말을 되새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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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축"(김동인의 단편소설 <발가락이 닮았다> 중에서) | 말글채집

연애결혼은 아니었지만 결혼한 뒤에 연애가 생긴 듯하였습니다. 언제든 음침한 기분이 떠돌던 그의 얼굴이, 그럴싸해서 그런지 좀 밝아진 듯하였습니다. “복받거라.” 우리들, 더구나 나는 그들의 결혼을 심축하였습니다. 심축(心祝) : 진심으로 축하함. 오히려 요즘에 쓰면 더 잘 어울릴 만한 말이다. 말하자면, 얘들아, 졸업을 심축해! https://bookwagon.modoo.at/?link=aw6j77rl [책보요여 - 12. 발가락이 닮았다] 책보요여, 전자책에 담다 전자책에 담다 bookwagon.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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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에게'(김소월) | 시읽기

​ 한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새운 일도 없지 않지만 아직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추거운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 낯모를 딴 세상의 네길거리에 애달피 날 저무는 갓 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 들에 헤매도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추거운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말글채집 2020.10.27

아홉살 짜리 아이가 만든 어휘 '구골(googol) | <코스모스> 읽다가 스크랩

미국의 수학자 에드워드 캐스너가 한 번은 아홉 살짜리 조카에게 지극히 큰 수의 이름을 한 번 지어 보라고 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1 다음에 0을 100개 붙인 10의 100제곱 같은 큰 수에 이름을 붙여 보라는 주문이었다. 캐스너의 조카는 종이에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을 써놓고, 이 수를 “구골(googol)”이라고 불렀다. 당신도 큰 수를 하나 생각하고 이름을 지어 주고 싶을 것이다. 아홉 살짜리 어린이에게는 이러한 놀이가 더 큰 매력으로 다가갔겠지만 말이다. -코스모스 | 칼 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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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술집 풍경 | <운수 좋은 날>(책보요여 펴냄) 중에서

선술집은 훈훈하고 뜨뜻하였다. 추어탕을 끓이는 솥뚜껑을 열 적마다 뭉게뭉게 떠오르는 흰 김, 석쇠에서 뻐지짓뻐지짓 구워지는 너비아니 구이며 제육이며 간이며 콩팥이며 북어며 빈대떡……이 너저분하게 늘어놓인 안주 탁자에 김 첨지는 갑자기 속이 쓰려서 견딜 수 없었다. 마음대로 할 양이면 거기 있는 모든 먹음 먹이를 모조리 깡그리 집어삼켜도 시원치 않았다. 하되 배고픈 이는 위선 분량 많은 빈대떡 두 개를 쪼이기도 하고 추어탕을 한 그릇 청하였다 - 운수 좋은 날 중에서 교보eBook에서 자세히 보기 : http://m.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Contents.ink?barcode=4801196305421 운수 좋은 날 전자책 독립출판 '책보요여'의 '차 한 잔 문학 한 ..

말글채집 2020.10.27

일의 운명 | <글쓰기는 스타일이다>(장석주 지음) 읽다가 스크랩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국내도서 저자 : 장석주 출판 : 중앙북스 2015.01.05 상세보기 위대한 예술가의 참다운 운명은 '일의 운명'이다. 그의 생애에는 일이 그 주도권을 잡고서 운명의 발걸음을 읶는 한 시기가 다가온다. 불행과 회의가 오랫동안 그를 괴롭힐 수도 있다. 또한 운명의 타격에 예술가는 굴복할 수도 있다. 암중모색의 준비에 그는 몇 년이라도 쓸데없이 세월을 흘려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작품에의 의지는 한 번 참다운 불 아궁이를 발견한 이상 꺼지지 않는다. 그때 '작품의 운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말 그래도 일직선(一直線)의 삶이 되게 한다. 날마다 인내와 열광의 불가사이한 피륙이 일의 나날 속에서 빈틈없이 짜이며, 그것이 한 예술가를 거장으로 이끌어간다. 바슐라르가 자신의 초상화를 그린 ..

말글채집 2020.10.27

글쓰기는 제 몸을 태우는 다비식 | <글쓰기는 스타일> 읽다가 스크랩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국내도서 저자 : 장석주 출판 : 중앙북스 2015.01.05 상세보기 아무런 고통 없이 휘리릭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글쓰기는 그런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글쓰기란 제가 지핀 불에 스스로 몸을 태우는 다비식이다. 그만큼 고통이 뒤따른다는 얘기이다. 그것은 맨땅에 이마를 박는 것만큼이나 무모하다. 글쓰기는 경험의 재해석, 미지와의 조우, 창조의 지평선을 찾는 대모험이다. 설사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핵겨울이 닥쳐 인류가 사라진다고 해도 생의 마지막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몇 차례 실패했다고 글쓰기를 접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실패를 하면 낙심하고, 도전을 포기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일단 시도라도 해보고 패배하는 것이 좋다. 무언가를 시도하면 ..

말글채집 2020.10.27

후카야의 수상한 외출('시체를 먹는 남자' 중에서)

야스오카는 눈이 말똥말똥해졌다. 그는 자신이 느낀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 보았다. ──사람의 숨결이었다. 체온이었다. 그런데 이 방에는 후카야와 나밖에 없다. 후카야가 내 숨소리를 살필 리 없다. 만에 하나 후카야가 그랬다면 전등이 켜졌을 때 그가 침대 위에 있던 것도 말이 안 된다. 대놓고 슬리퍼 소리를 타박타박 내면서 나갈 리도 없다. 무엇보다 후카야가 내 숨소리를 살필 이유가 없다! 나는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있다. 이건 환상이다. 꿈이다. 착각이다!─ ─ '시체를 먹는 남자', 중에서 ​ #단편소설 #일본문학 #하야마요시키 #공포 #미스터리 #전자책 #책보요여 https://bookwagon.modoo.at/?link=4azottyf [책보요여 - 단편을 맛보다] 책보요여, 전자책에 담다 전자책..

말글채집 2020.10.27

그이가 저를 얼마나 사랑해 주었는지 모릅니다. | 책 읽다 스크랩

그이는 상냥하고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또 착실하고 남자다운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막 26살이 된 젊디젊은 청년이었습니다. 그이가 저를 얼마나 사랑해 주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이에게 하얀 수의를 입히는 대신, 시멘트 자루를 입히네요! 그이는 관에 들어가지 못하고 회전 가마 속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이를 어떻게 떠나보내야 할까요. 그이는 동쪽에도 서쪽에도, 먼 곳에도 가까운 곳에도 묻혀 있는 걸요. -’시멘트 통 속의 편지’, (책보요여 펴냄) bookwagon.modoo.at/?link=4azottyf [책보요여 - 단편을 맛보다] 책보요여, 전자책에 담다 전자책에 담다 bookwagon.modoo.at

말글채집 2020.10.27

인간의 간악함을 고발하는, <금수회의록>(안국선)의 뼈 때리는 구절

지금 세상 사람의 하는 행위를 보니 그 하는 일이 모두 악하고 부정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나타내기는 고사하고 도리어 하느님의 영광을 더럽게 하며 은혜를 배반하여 제반 악증이 많도다. ​ 외국 사람에게 아첨하여 벼슬만 하려 하고, 제 나라가 다 망하든지 제 동포가 다 죽든지 불고(不顧)하는 역적놈도 있으며, 임금을 속이고 백성을 해롭게 하여 나랏일을 결딴내는 소인놈도 있으며, 부모는 자식을 사랑치 아니하고, 자식은 부모를 효도로 섬기지 아니하며 형제간에 재물로 인연하여 골육상잔(骨肉相殘)하기를 일삼고, 부부간에 음란한 생각으로 화목지 아니한 사람이 많으니, 이 같은 인류에게 좋은 영혼과 제일 귀하다 하는 특권을 줄 것이 무엇이오. ​ 하느님을 섬기던 천사도 악한 행실을 하다가 떨어져서 마귀가 된 일이 있거든..

말글채집 2020.10.27

브라이어 로즈 공주의 '열다섯 번째 생일' | 전자책 '브라이어 로즈'(C.S. 에반스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맛보기

​ 공주는 글자나 수를 익히는 데 전혀 막힘이 없었다. 맞춤법에 맞게 글씨를 잘 쓰는 것 못지않게 계산도 잘했다. 자기 왕국은 물론이고 주변 나라들의 역사까지 꿰뚫고 있었고, 아무리 어려운 지리 문제를 내도 당황하는 법이 없었다. 바느질과 자수, 뜨개질, 그림 솜씨 또한 훌륭했으며, 5개 국어로 시를 읊을 수도 있었다. 공주는 수학과 식물학, 천문학으로도 모자라 법학까지 공부했다. 요컨대 공주의 지식은 끝이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요정들을 대모로 둔 덕분이었다. 이 밖에도 공주는 여러 가지 소양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바이올린, 치터(독일・오스트리아의 현악기-옮긴이), 교회 오르간, 대형 하프, 구금(입에 물고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작은 악기-옮긴이), 페니 휘슬(금속과 나무로 만든 피리 형태의 악기-옮긴..

말글채집 2020.06.10

씻기 싫은 새끼고양이 재즈버리 | 전자책 '새끼 고양이 삼총사'(캐서리 파일 지음) 맛보기

​ 어미 고양이와 태비 이모가 창틀에 앉아 얼굴과 털을 씻고 있었다. 그때 재즈버리가 신나게 계단을 뛰어 올라 그쪽으로 잽싸게 달려왔다. 재즈버리는 얼굴과 가슴에 흰 얼룩무늬가 있고, 작고 보드라운 흰 발을 가진 검은색 새끼 고양이이다. 이 앙증맞은 발에 난 벨벳처럼 부드러운 털 속에는 바늘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감춰져 있었다. 재즈버리는 필요할 경우 그 발톱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 어미 고양이 번치의 꼬리가 창틀 아래로 늘어진 채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보들보들하고 회색빛을 띤 것이 마치 쥐꼬리처럼 보였다. 재즈버리는 폴짝 뛰어올라 그런 어미의 꼬리를 발톱으로 꽉 붙잡았다. 어미 고양이는 성을 내며 꼬리를 들어 올리더니 몸통 주변으로 동그랗게 말아버렸다. 재즈버리는 꼬리를 따라..

말글채집 2020.06.09

해적에 납치되어 폼페이에 노예로 끌려온 그리스 소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그리스 노예 소년 아리스톤은 그림을 그리는 손길로 분주했다. 소년이 서 있는 곳은 표면이 매끄러운 벽 세 개로 둘러싸인 작은 방 안이었다. 나머지 벽쪽은 안마당을 향해 탁 트여 있었다. 작은 분수에서는 물줄기들이 뿜어져 나왔고, 그 뒤로 눈부시게 청명한 이탈리아의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8월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었다. 기둥들 사이로 빛이 통과하면서 시멘트 바닥에 그림자를 선명하게 드리워 놓았다. 이곳은 아리스톤의 주인이 지내는 방이었다. 아리스톤은 벽에 그림을 그리는 중이었고, 두 벽면은 이미 화려한 그림들로 채워져 있었다. 용맹한 헤라클레스의 위대한 과업들을 묘사한 그림이었다. 그림 속 헤라클레스는 사자의 목을 조르거나, 무시무시한 히드라의 목을 치거나, 난폭한 멧돼지를 어깨에 메고 있거나, 광포한 ..

말글채집 2020.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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